퇴직연금 수령을 앞두면 “일시금으로 받을까, 연금으로 받을까”부터 고민합니다. 그런데 세금을 줄이는 데 더 중요한 건 어떤 돈을 먼저, 얼마씩 꺼내느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본 순서는 이렇습니다. 회사 퇴직금을 먼저 연금으로 받고, 세액공제를 받은 개인연금은 1년에 1,500만원 아래로 길게 나눕니다. 퇴직금은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가 30~50% 줄고, 개인연금 1,500만원 기준에도 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30% 감면”이 실제로 얼마인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직접 계산해 보니 같은 30%인데 한 사람은 68만원, 다른 사람은 853만원을 아낍니다. 숫자는 모두 소득세법과 시행령 원문으로 확인했습니다.
1. 퇴직연금 수령 전에 계좌 안의 돈을 세 가지로 나눠 봐야 합니다
IRP나 연금저축에 든 돈은 겉으로는 하나의 잔액이지만, 세법은 돈의 출처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눠 따로 과세합니다.
| 돈의 출처 | 꺼낼 때 세금 (55세 이후 연금수령) | 연 1,500만원 기준 |
|---|---|---|
|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납입금 | 세금 없음 | 해당 없음 |
| 회사 퇴직금 (이연퇴직소득) | 원래 퇴직소득세의 70% · 60% · 50% | 들어가지 않음 |
| 세액공제 받은 납입금 + 운용수익 | 나이별 5.5% · 4.4% · 3.3% (지방세 포함) | 들어감 |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는 돈은 소득세법 제14조에 따라 금액과 관계없이 따로 분리과세됩니다. 1,500만원 기준은 세액공제를 받은 개인 납입금과 수익에만 적용됩니다.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도 이 기준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2. 회사 퇴직금은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가 30~50% 줄어듭니다
퇴직금을 IRP에 넣어 두면 퇴직소득세를 바로 내지 않고 미뤄 둡니다. 나중에 꺼낼 때 연금으로 받으면 원래 세금의 일부만 냅니다(소득세법 제129조).
- 연금을 실제로 받은 지 10년차까지 — 원래 세금의 70% (30% 감면)
- 11년차부터 20년차까지 — 60% (40% 감면)
- 21년차부터 — 50% (50% 감면) · 2025년 12월 세법 개정으로 새로 생긴 구간
연금이 아니라 한꺼번에 꺼내면(연금외수령) 원래 퇴직소득세를 100% 냅니다. 새로운 세금이 생기는 게 아니라, 같은 세금을 할인받는 구조입니다.
3. 같은 30% 감면이라도 아끼는 돈은 68만원부터 853만원까지 다릅니다
할인율보다 먼저 봐야 할 건 할인 전 세금이 얼마인지입니다. 퇴직소득세는 근속연수공제와 환산급여공제가 커서, 오래 일한 사람일수록 실효세율이 낮습니다. 소득세법 제48조·제55조 계산식으로 두 경우를 계산했습니다(지방소득세 10% 포함).
| 구분 | 근속 25년 · 퇴직금 1억 5천만원 | 근속 15년 · 퇴직금 3억원 |
|---|---|---|
| 일시금 퇴직소득세 | 약 228만원 (실효 1.4%) | 약 2,844만원 (실효 8.6%) |
| 10년 안에 연금으로 받으면 (70%) | 약 160만원 | 약 1,990만원 |
| 아끼는 돈 | 약 68만원 | 약 853만원 |
| 21년차 이후 받는 부분 (50%) | 약 114만원 | 약 1,422만원 |
근속이 길고 퇴직금이 적당한 경우 원래 세금이 작아서, 연금으로 받아 아끼는 돈도 크지 않습니다. 반대로 근속에 비해 퇴직금이 큰 경우(중간정산 뒤 재입사, 고액 연봉 등)는 연금 수령의 효과가 큽니다. 당장 목돈이 꼭 필요하다면 내 세금부터 계산해 보고 정하는 게 맞습니다.
근속 28년·퇴직금 2억원으로 계산한 예시와 하지 말아야 할 네 가지는 퇴직연금 수령방법, 회사 퇴직금과 개인연금 받는 순서만 바꿔도 세금이 달라집니다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제도 요건을 단순 적용한 추정치입니다. 실제 세액은 퇴직소득 원천징수영수증의 금액을 기준으로 금융회사가 계산합니다. 계산식은 국세청 예시(근속 20년·1억원 → 112만원)와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4. 퇴직금은 연금수령한도 안에서 꺼내야 감면됩니다
퇴직연금 수령에서 “연금으로 받는다”는 건 매달 받는다는 뜻이 아니라 1년에 꺼내는 금액이 한도 안에 있다는 뜻입니다. 한도는 소득세법 시행령 제40조의2가 정합니다.
연금수령한도 = 연금계좌 평가액 ÷ (11 − 연금수령연차) × 120%
| 연금수령연차 | 1년차 | 3년차 | 5년차 | 8년차 | 10년차 | 11년차~ |
|---|---|---|---|---|---|---|
| 평가액 대비 한도 | 12% | 15% | 20% | 40% | 120% | 한도 없음 |
퇴직금 2억원이 든 계좌라면 첫해 한도는 약 2,400만원입니다. 한도를 넘겨 꺼낸 금액은 연금외수령이 되어 감면 없이 원래 퇴직소득세를 냅니다(시행령 제40조의2 제5항). 2013년 3월 1일 전에 가입한 계좌는 6년차부터 세기 때문에 한도가 더 큽니다.
5. 감면 연차는 실제로 연금을 받은 해만 셉니다
여기서 많이 헷갈립니다. 한도를 정하는 “연금수령연차”와 감면율을 정하는 “실제 수령연차“는 다릅니다. 실제 수령연차는 실제로 연금을 받은 해만 누적합니다(시행령 제187조의3). 계좌가 둘이면 계좌별로 따로 셉니다.
그래서 연금 개시만 신청해 두고 몇 년을 건너뛰면 그 기간은 연차가 쌓이지 않습니다. 퇴직금 일부를 오래 두고 40%·50% 구간에서 받을 생각이라면, 필요가 크지 않은 해에도 소액이라도 매년 받아 연차를 이어 가는 것이 방법입니다.
6. 개인연금은 연 1,500만원 아래로 나누면 3.3~5.5%입니다
세액공제를 받은 개인 납입금과 수익은 받는 나이에 따라 세율이 내려갑니다(소득세법 제129조, 지방세 포함).
- 70세 미만 — 5.5%
- 70세 이상 80세 미만 — 4.4%
- 80세 이상 — 3.3%
- 종신형 계약 — 3.3% (나이 조건과 겹치면 낮은 쪽)
이 저율은 한 해에 받는 이 돈이 1,500만원 이하일 때 적용됩니다. 생활비를 퇴직금으로 먼저 쓰고 개인연금을 뒤로 미루면, 개인연금을 더 낮은 세율 구간에서 받게 됩니다. 세액공제를 어떻게 받는지는 연금저축·IRP, 초보자도 쉽게 이해하는 노후 대비 절세 상품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7. 1,500만원을 넘으면 넘은 금액만이 아니라 전부가 대상입니다
가장 많이 틀리는 부분입니다. 법은 “연 1,500만원 이하인 경우 그 연금소득“을 분리과세한다고 정합니다(제14조). 그래서 1,500만원을 넘으면 그해 받은 해당 연금소득 전체가 종합과세 또는 15%(지방세 포함 16.5%) 분리과세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대상이 됩니다(제64조의4). “1,500만원까지는 5.5%, 넘은 부분만 16.5%”가 아닙니다.
세액공제분과 수익 9,000만원을 70세 전에 받는 경우로 비교했습니다.
| 받는 방법 | 세율 | 세금 합계 |
|---|---|---|
| 연 1,500만원씩 6년 | 5.5% | 약 495만원 |
| 연 3,000만원씩 3년 · 16.5% 분리과세 선택 | 16.5% | 약 1,485만원 |
세 배 차이입니다. 다만 1,500만원을 넘긴 경우 다른 소득이 거의 없다면 종합과세 쪽이 16.5%보다 적게 나올 수 있습니다. 넘겼다고 바로 16.5%를 고르지 말고 두 방식을 비교해야 합니다.
8. 꺼내는 순서는 법으로 정해져 있어 고를 수 없습니다
한 계좌 안에서 “이 돈부터 빼 주세요”는 안 됩니다. 시행령 제40조의3이 순서를 정해 두었습니다.
-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납입금 (비과세)
- 회사 퇴직금 (이연퇴직소득)
- 세액공제 받은 납입금과 운용수익
그래서 퇴직금과 개인 납입금이 한 IRP에 섞여 있으면 퇴직금이 다 빠질 때까지 개인연금 쪽은 손댈 수 없습니다. 퇴직금 계좌와 개인 납입 계좌를 나눠 두면 계좌별로 꺼낼 금액을 조절하기가 쉽습니다. 퇴직금을 IRP 안에서 어떻게 굴릴지는 IRP 계좌 만들고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 (feat. 실제 매수하는 법)에서 다뤘습니다.
9. 이미 일시금으로 받았어도 60일 안에 IRP에 넣으면 세금을 돌려받습니다
소득세법 제146조는 퇴직금을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연금계좌에 넣으면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고, 이미 떼었다면 환급을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퇴직하면서 통장으로 받아 버렸다고 끝난 게 아닙니다. 60일 안이면 IRP로 옮기고 금융회사에 환급 처리를 요청하면 됩니다.
10. 55세 전에 깨거나 한도를 넘기면 감면도 저율도 없습니다
연금수령으로 인정받으려면 55세 이후 연금 개시를 신청하고, 가입 후 5년이 지나야 합니다. 퇴직금이 든 계좌는 5년 조건이 면제됩니다(시행령 제40조의2).
이 조건을 못 채우고 꺼내면 연금외수령입니다. 퇴직금은 원래 퇴직소득세 100%, 세액공제분과 수익은 기타소득세 16.5%를 냅니다. 개인연금은 넣을 때 받은 세액공제를 사실상 돌려주는 셈입니다.
11. 건강보험료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IRP·연금저축 같은 사적연금은 건강보험료가 붙지 않는다”고 단정한 글이 많습니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41조는 소득월액에 넣는 연금소득을 “소득세법 제20조의3에 따른 연금소득”으로 적고 있어, 조문만으로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은퇴 후 피부양자 자격이 걸려 있다면 퇴직연금 수령액을 정하기 전에 국민건강보험공단(1577-1000)에 본인 기준으로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12. 퇴직연금 수령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퇴직금은 IRP로 — 이미 받았으면 60일 안에 넣고 퇴직소득세 환급 신청
- 퇴직 후 국민연금 전까지는 퇴직금을 연금으로 먼저 — 1,500만원 기준과 무관, 30% 감면
- 퇴직금은 연금수령한도 안에서 — 첫해는 평가액의 12% 수준
- 오래 둘 퇴직금은 매년 소액이라도 받아 연차 쌓기 — 11년차 40%, 21년차 50%
- 개인연금은 뒤로, 연 1,500만원 아래로 — 70세·80세가 넘으면 세율이 더 내려감
- 1,500만원을 넘겼다면 종합과세와 16.5%를 비교
투자 성향에 따라 IRP 안의 돈을 어떻게 나눌지는 IRP 포트폴리오, 투자 성향별로 이렇게 짜볼 수 있습니다를 참고하세요. 조문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 소득세법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13일 기준 소득세법·소득세법 시행령·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원문을 확인해 정리했습니다. 세금은 개인의 근속연수, 퇴직금, 다른 소득에 따라 달라지므로 수령 전 가입 금융회사와 국세청(126)에서 본인 기준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